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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는 오늘 있었던 일들이 모두 꿈만 같다고 생각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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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약 꿈이었다면 대체 어디서부터였을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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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수천 개의 수식이 들어간 마법진을 시전했을 때부터? 그럴지도 모르겠다. 자신의 또래가 그런 마법을 알 리가 없으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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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니면 나메가 악몽을 꾼 모습을 보았을 때부터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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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것도 아니라면 파자마 파티조차 전부 허황된 꿈이었을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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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는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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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이제는 혼란스러워할 겨를조차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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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가 잡은 문의 손잡이 너머로, 하루가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사람이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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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어서와 하루야. 오늘은 친구들도 데려왔네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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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엄마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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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럴 리가 없다. 저기 있는 저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일 리가 없었다. 어머니는 분명 돌아가셨는데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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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럼에도 그녀의 그리운 얼굴이, 그녀의 익숙한 손짓이, 그녀의 나긋한 목소리가 하루를 움직이게 만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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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다행히도 수술이 잘 끝났지 뭐야. 우리 하루 오랜만에 보니까 키도 더 커진 것 같네?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지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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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진짜 엄마야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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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상한 미소를 본 순간 하루의 눈시울이 시큰해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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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술이라 함은 작년 여름에 있었던 대수술을 말하는 것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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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공오러하트를 이식하는 전례 없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고, 앞으로 건강해질 일만 남은 어머니를 볼 생각에 하루가 진심으로 기뻐했던 날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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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 하루의 기대를 무참하게 저버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같은 해 겨울에 숨을 거두었다.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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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엄마... 엄마...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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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루야, 네 친구들 다 있는 데서 울면 안 창피해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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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나 왜 버리고 가버렸어? 너무 보고 싶었단 말이야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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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엄마가 우리 하루를 버리고 어딜 가? 봐봐 이렇게 수술도 잘 끝났고. 의사가 그러는데 다음 주에 퇴원도 할 수 있다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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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흑... 히끅... 미워...! 나 혼자서... 얼마나 힘들었는데...! 그렇게 말해도 또 가버릴 거잖아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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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애들아 미안하다. 우리 하루가 좀 어리광이 심해서. 하루랑 같은 반 친구니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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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의 어머니가 하루의 친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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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나가 화들짝 놀라며 자기소개를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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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...! 저... 저는 서유나라고 하고요. 이쪽은 노나메예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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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서유나...? 아아 하루한테서 들어봤단다 같은 1학년 C반이었지? 다른 쪽은 이름이 조금 낯서네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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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게 나메는 중간에 전학을 와서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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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전학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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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머니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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현재 알케미스트의 배경이 되는 시간은 2050년 9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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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의 이름을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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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음... 아카데미가... 아무튼 같이 병문안 와줘서 고맙단다. 우리 하루도 잘 부탁하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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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가 너무 서럽게 울어댄 탓에 유나와 나메는 잠시 자리를 피해 그녀와 떨어져 앉기로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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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실의 반대편 침대에 걸터앉은 두 소녀는 감동적인 모녀의 상봉을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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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나가 귓속말로 나메에게 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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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루 어머니가 원래 많이 아프셨어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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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작년 12월에 돌아가셨대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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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아... 그래서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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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. 하루가 저리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는 의미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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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나도 어머니를 잃을 뻔한 경험이 있었기에, 저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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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루도 알고보면 엄청 불쌍한 친구였네... 난 맨날 재수 없다고만 생각했는데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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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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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 마법으로 어릴 때 돌아가신 우리 아빠도 볼 수 있을까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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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마 힘들 거야. 네 기억 속에는 없어서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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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렇구나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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괜히 숙연해지는 분위기에 유나는 땅에 닿지 않는 다리를 허공에 막 저어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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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의 얼굴이 어느새 눈물로 범벅이 된 모습을 보니 괜히 자기까지 슬퍼지는 기분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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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나메야, 너는 괜찮아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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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응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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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니오베 언니가 그러는데. 나메는 맨날 아픈 걸 숨긴다고 들었어. 아파도 맨날 문을 잠그고 울었다고 했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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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니오베가 그런 말을 했어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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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리 엄마도 아프면 바로바로 주위 사람들한테 말하라고 알려줬어. 그래야지 병원에 가고, 약을 먹고 할 수 있으니까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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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옳은 말씀을 하셨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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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러니까 너도 아카데미에서 아픈 데가 있으면 말해. 물론 나메가 나보다 똑똑하니까 잘 알겠지만... 음... 내가 그래도 키도 크고... 양호실까지 업어다 줄 수도 있으니까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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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걱정해주는 거야? 유나가 남 걱정할 줄도 알고 다 컸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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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으...! 자꾸 네가 머리 만지니까 여기 맨날 헝클어지잖아...! 계속 그러면 나도 똑같이 만진다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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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나가 나메의 머리를 쓰다듬는 시늉을 하려고 팔을 뻗자 손이 닿기도 전에 나메의 몸이 순간 움츠러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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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 손을 머리 위에 올려 감싸고, 몸이 둥글게 말아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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포식자를 목도한 새끼동물처럼 벌벌 떠는 나메를 보고 유나의 손이 멈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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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 미안, 이게 조건반사...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습관 같은 거라서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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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고개를 든 나메가 해명하기도 전에 유나는 니오베가 했던 조언들을 떠올리고 행동에 옮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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푹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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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유나야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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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나는 온 힘을 다해 나메를 껴안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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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나메에게 온전히 전달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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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이 막힐 것 같은 감각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 나메가 천천히, 상냥하게 유나의 등을 쓸어내려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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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를 느낀 유나가 작은 목소리로 투덜대듯이 중얼거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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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나메는 가장 소중한 내 친구야. 그러니까 아프지 마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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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령조로 느껴질 수도 있는 어투였지만, 화자가 여덟 살의 어린 꼬마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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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응 안 아플게. 이렇게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는데 아프면 안 되지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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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나 오늘 파자마파티 엄청 기대하고 왔으니까. 이따 집 가서 또 놀자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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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안 그래도 너희들을 위해 준비해놓은 게 정말 많았는데 다 못해서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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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래? 뭐뭐 있었는데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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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나가 품에서 떨어져 나메와 다시 얼굴을 마주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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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까 말한 할리갈리나 해적 룰렛도 있었고, 노래 좋아할까봐 노래방 마이크도 가져왔고, 간식 먹으면서 영화도 보려고 했지. 아니면 베개 싸움? 그런데 베개 싸움 하면 괜히 네가 하루랑 싸우게 될까봐 말은 안 하고 있었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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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원대한 계획을 털어놓는다. 나메가 마지막에 한 말 때문에 유나가 발끈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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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거든...? 그리고 하루랑도 얘기 몇 번 하다 보니까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아 응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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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다행이네. 하루도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는데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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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루가 나랑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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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나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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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정 의심되면 나중에 진실게임 하면서 확인해보면 되지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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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는 다른 건 다 빼놓아도 진실게임만은 무조건 할 예정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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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만큼 아이들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게임은 없었으므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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슬슬 알케미스트의 시전시간이 끝나가는 걸 느낀 나메가, 유나의 어깨 너머로 하루를 불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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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는 아직 어머니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는지 나메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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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별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시간일 터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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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 알케미스트의 완벽한 사용법을 익혀 유년기 시절의 남매와 재회한 에스타샤가 그러했고, 한 때 나메를 좋아했던 아라별초의 백아린이 그러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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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최소한 하루에게는 넉넉한 시간을 주고자 미리부터 언질을 해놓으려는 생각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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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하루 너 엄마 없었을 때 영양제 꼬박꼬박 안 챙겨먹었지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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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의 어머니가 딸에게 핀잔을 늘어놓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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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 잔소리조차 마냥 좋은지 하루는 헤벌레 웃어대기만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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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응! 솔직히 먹기 귀찮아서 가끔씩만 먹었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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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엄마가 몇 번을 말하니. 영양제도 미리부터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나중에 편하다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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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의 어머니는 가방에서 작은 플라스틱 통을 꺼내 하얀 알약을 꺼내 하루에게 물과 함께 건네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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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자 여기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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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엄마가 직접 먹여주면 안 돼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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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얘도 참. 자 아아 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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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아아-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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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을 벌린 하루에게 손수 알약까지 배달해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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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미새에게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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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잠깐만 이하루, 멈춰봐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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촤악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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돌연 나메가 그녀가 가진 알약을 가로채며 인상을 팍 지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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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안이 벙벙해진 두 모녀가 눈을 부릅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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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루 친구라도 방금 짓은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라는 거 알고 있니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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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노나메...? 왜 그러는 거야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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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는 하루의 어머니가 딸에게 건네준 알약을 천장 등불에 비춰 자세히 들여다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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표면에는 그 어떤 알파벳 등의 마크도 찾아볼 수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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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하루 너 이 약 언제부터 먹고 있었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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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나메야 갑자기-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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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언제부터 먹었냐니깐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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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정색하며 소리치자 뒤에서 잠자코 보고만 있던 유나도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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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는 머리가 새하얘져서 자신의 친구가 갑자기 왜 소리치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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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한국 식약처에서는 이런 것도 통과시켜주나 보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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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의 서늘한 안광이 번뜩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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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신의 마나포션조차도 복용 형태만 달라지는데도 수차례의 임상시험 승인이 필요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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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나마 레지듀는 마나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딸려 나오는 재료였기에, 복용 시 크나큰 고통이 뒤따르는 것만 제외하면 인체에 크게 유해하지는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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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나메가 알기론 지금 하루에게 먹이려고 한 ‘영양제’는 그러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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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당장 내놓으렴. 하루에게 줄 영양제야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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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퍽이나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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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의 손에서 알약이 가루로 바스러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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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마법의 강제적인 해제를 주문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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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디스펠: 알케미스트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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