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졌다. 그것도 무력하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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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연호는 이제와서 핸디캡을 들먹일 마음은 없었다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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솔직히 마찰계수 조정으로 넘어뜨리기만 해도 웬만한 초등부 2학년 쯤이야 눈물을 쏙 뽑아낼 수 있었으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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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이게 뭔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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칠칠치 못하게 완드도 손에서 놓쳐 바닥에 떨어뜨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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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립자 보호막에만 신경쓰다가 나메쪽에서 타격을 걸어올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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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른 건 다 제쳐놓더라도 신연호가 직접 호언장담한 룰만큼은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됐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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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제발...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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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나메의 방송에서는 대체 어떤 욕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을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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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발 해명이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싶었지만, 그의 마음은 나메에게 전달되지 않았나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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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는 배서진 교수와 같이 다른 조의 완드를 천천히 둘러보며 평가하고 있었으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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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오 휘트스톤 브리지 회로술식에 가변저항을 추가했네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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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응. 쿼터 브리지보다 하프브리지, 풀 브리지로 갈수록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니까 정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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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창의적인 발상이 대단해요. 여기도 좋은 성적을 주셔야겠는데요 교수님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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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참고할게요. 잘했어요 2조도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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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싸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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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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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련같은 건 온데간데 찾아볼 수도 없고 그냥 보완을 잘 하였는지 검수하고 있을 뿐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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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왜 대련을 안 하는 거야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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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연호가 기가 차서 한 물음에 나메는 어깨를 으쓱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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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는 여기 있는 전부랑 대련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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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무슨 소리야 성적을 잘 받고 싶으면 대련으로 검증하라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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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건 오빠네 조가 제일 잘 만들었다고 하길래 제가 제안한 것 뿐이죠. 설마 초등학생 상대로 여덟 명이서 차륜전이라도 하실 생각이었어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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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니...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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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도 사람이에요. 대련 한번 뛰면 얼마나 힘든지 제일 잘 아시는 분이 왜 그럴까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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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문이 턱 막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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심지어 맞는 말밖에 안 해서 더욱 속이 타들어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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채팅창은 한 글자씩 한 글자씩 떨어져 내려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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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방을 잘 안 보는 연호도 저게 무슨 글자인지는 짐작이 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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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충 ‘나’와 ‘락’이 번갈아가면서 나오겠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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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제발 살려주라! 이렇게 꼭 부탁한다 나메야! 아니 노나메님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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급기야 나메의 앞에 가서 절까지 하는 신연호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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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의 조원들은 못 말리겠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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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대 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, 다들 뭔가 모자라고 어설퍼보이는데 대신 엄청나게 빠릿빠릿하고 센스가 좋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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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 비유가 맞나 싶었지만 대충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신입사원의 모습이 딱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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순간순간 번뜩이는 창의력과 지식들에 나도 놀랄 때가 많아 왜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라 칭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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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장난이었다니까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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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장난... 그래 한창 장난 칠 나이긴 하지... 그래도 두 번 했다가는 내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은데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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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연호와 내 방송 시청자들은 원만하게 합의를 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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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그랜절’이라고 트위시 방송의 문화에 따라 물구나무를 서서 진심어린 사과의 말을 전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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간이 연성진 작성기를 누구에게 받았느냐는 시청자들의 물음에는 끝까지 답하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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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교수에게 받았다고 말하면 괜히 또 청소년 시청자들을 자극하여 부모님 등골브레이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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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전 세상에서 노스페이스, 캐나다 구스 패딩이 일진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했을 때 느꼈던 박탈감과 소외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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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인터넷 뉴스까지는 제가 어떻게 막아드릴 수는 없어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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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뭐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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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가끔 제 방송에 상주하시는 기자분들이 계시거든요. 가끔 제게 예능 출연도 제의하시는데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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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야! 그럼 어떡해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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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어떡하긴요. 감수해야죠. 때린 건 오빤데 왜 나한테 그래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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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으아아아아아악! 내 사회적 평판이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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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금 미안하긴 하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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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도 재밌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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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연호도 나도 전력을 다해 싸운 건 아니었지만, 그래도 예전의 그 자유로움을 느껴보게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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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제가 있다면 내 몸이 너무 연약하다는 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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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까 뒤후려차기를 할 때 다리를 너무 무리하게 돌렸는지 고관절이 너무 뻐근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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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우 1, 2서클 마법인데 마나가 뭉텅이로 깎이는 건 물론이고, 하나하나의 완벽함도 갖추지 못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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큰 마음 먹고 시전한 범시전 마법 ‘태풍의 눈’은 다시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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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먹을 꽉 쥐고 다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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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강해지는 게 우선이야.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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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생에서 사용했던 편법 없이 오로지 나의 힘만으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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현대의 마법은 시전 과정에서 번거로움이 많았지만, 대신 수많은 지식인들이 일구어놓은 보물들이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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과거보다 훨씬 강해지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니겠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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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만 이 평화로움이 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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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아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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옆에서 인터넷 메인 포털을 확인하며 자신의 이름과 학교명을 번갈아가며 검색하는 신연호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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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게 벌써 뜨겠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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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대는 게 퍽 안쓰럽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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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소원이라도 들어드릴까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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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말하면 들어줄 거야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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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걸 또 덥썩 무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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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원래 비즈니스는 교환관계인 거 아시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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요즘 브이튜브 수익이 조금 뜸했었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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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선 안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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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유나네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인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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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NoName Official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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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안녕하십니까. 노네임 브이튜브 편집자 마루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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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선 노네임을 응원해주시는 모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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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독자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주력으로 하는 게임 여럿이 영업정지를 당하여 방송 주기 및 영상 업로드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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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에 노네임은 두 가지 게임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컨텐츠 발굴에 힘쓰고 있으며, 현실 방송도 계획하고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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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송의 재미를 위해 모자이크 없이 영상에 출연하는 분들은 모두 사전에 허락을 구한 상황이지만,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이라는 점을 명심해주셨으면 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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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한, 영상의 2차 창작은 브이튜브 및 브이튜브 쇼츠 영상에 한정하고, 일반인들이 나올 시 초상권 침해로 고소당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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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사합니다.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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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8살한테 지다니~♡ 허접허접~♡ 어서 빨리 그랜절이나 하라고~♡][조회수:146만회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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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베스트 댓글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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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혹시 브이튜브 편집자가 두 명이신가요? [좋아요: 3.4천회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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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(NoName Official): 저 한명입니다. [좋아요: 2.1천회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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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공지 올린 사람이랑 쇼츠 올린 사람이랑 순간 다른 사람인줄ㅋ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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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마선생과 루새끼ㅋㅋㅋㅋㅋㅋㅋㅋ [좋아요: 2.7천회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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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오히려 저분 박제된 게 불쌍해서 호감이네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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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노린 거면 신의 한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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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어떻게 이걸 박제까지 할 생각을 하냐ㅋㅋㅋㅋ 악마다 악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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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연호야 넌 꼭 세금 두 배로 내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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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아니 너는 국채까지 갚아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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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ㅈㄴ 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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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국채ㅋ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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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아 요즘 나라 힘들다고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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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엄청 개잘생겼다 느낌까지는 아닌데 피지컬 뇌지컬에 훈훈함까지 다 갖추니까 괜히 나까지 설레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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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웹드라마 주인공 느낌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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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그냥 최상위 포식자지 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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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에휴... 너무 잘나서 억까도 못하겠네... 세금 내라는 것도 지쳤다 그냥 자수해서 감옥 가도록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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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ㅋㅋㅋ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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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헬스장 오면 아령으로 찍어버린다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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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ㅋㅋㅋㅋㅋ 아 넌 운동하지 말라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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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근데 저거 운동한 몸 아님? 복근 있는데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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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저분이랑 알테어 아카데미 동기인데 조깅하고 팔굽혀펴기 말고는 운동한 적 없답니다. 오히려 고등부 시절보다 근육이 많이 빠졌네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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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싹 다 구속시켜. 아니 특검 보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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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튿날, 영상을 쭉 한번 돌려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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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쩌다보니 한국대 학생들이 만든 조잡하고 부끄러운 과제물들이 화면에 담기게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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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수와 내가 이를 혹평하는 장면도 함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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원래 홍보영상은 대학의 우수성을 담아내자는 취지가 아니었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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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히려 이런 부끄러운 치부를 보여주면 어쩌자는 거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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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홍보팀 직원분들은 정말 괜찮다고 하셨다. 요즘은 이런 인간적인 면모가 대중들에게 더 잘 먹힌다면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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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뭐 어때? 한국대인데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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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 별 생각 없는 거일 수도 있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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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보다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수업은 딱 한 곳만 더 들어가기로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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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연호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다음 행선지는 자연스럽게 정해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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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기호논리학(113.227) - 철학과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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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학과의 커리큘럼도 다소 독특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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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학년 때까지 졸업이수규정을 전부 충족시킨 대상자에 한해, 4학년 통째로 1학기는 16학점, 2학기는 17학점짜리 수업을 강제로 듣게 시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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덕분에 이법과나 의학과 못지 않게 바쁜 커리큘럼을 보유한 학생들은 계절학기에도 대단한 출석률을 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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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철학과 기호논리학 전공수업에 가면 아스펜 아카데미 출신의 반소월씨라고 있을 거야. 긴 갈색 곱슬머리에, 키는 한 165정도. 얼굴 갸름하고 피부 하얀 분 있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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분명 휴강일 텐데 학교까지 기어코 따라나온 신연호가 인문대학 7동 정문 앞에 서서 인상착의를 설명해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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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보고 그분의 번호를 따달라고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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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의 쉼표 머리가 위아래로 들썩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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왁스로 좀 고정이라도 하지 참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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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좋아해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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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...! 아니아니 그런 건 아니고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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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번호는 오빠가 직접 가서 따는 게 의미가 있지 왜 굳이 저한테 부탁하는 건데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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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가면 알게 될 거야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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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가 침울한 기색으로 말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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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시에는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지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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끼이이이익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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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심스레 소형강의실 뒷문을 열고 들어가니 순식간에 후끈한 열기가 선풍기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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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학과 교수에게는 미리 귀띔을 해주고 갔지만, 학생들은 아직 모르나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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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로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나를 알아본 학생 한 명이 불현 듯 기립박수를 펑펑 치기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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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유레카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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펑펑이라고 표현한 건 말 그대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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손바닥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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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제야 다른 남학생들도 일체형 책상을 들썩이며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반겨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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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안녕... 하세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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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심스레 운을 떼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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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자, 남자, 남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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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남자가 왜 이렇게 많지? 분명 철학과는 성비가 1대1인 걸로 알고 있는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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젊은 남교수가 기침을 할 동안, 구릿빛 피부를 가진 거구의 남성이 가지런한 치열을 드러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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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인(哲人)은 어디가고 웬 짐승같은 철인(鐵人)들밖에 없는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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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성이 내게 악수를 청하려다가 갑자기 손을 뒤로 내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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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리가 아까 축구를 하고 와서 땀이 아직 다 안 말랐거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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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학교가 아니라 남고에 온 줄 알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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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하... 하하...’ 어색하게 웃어주며 적당히 대꾸해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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뒤늦게 수강생들과는 달리 허약해보이는 철학과 교수가 와서 나를 소개해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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앞에서 보니까 확실히 알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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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자들이 많은 게 아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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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자들밖에 없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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딱 한명 빼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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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여기서 모르는 분이 없겠지만 노나메 학생이 이렇게 또 기호논리학 수업 일일체험을 하러 오게 되었습니다. 정말 환영해요. 자리는... 아무데나 앉아도 되니까 혹시 앉고 싶은데 있어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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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개의 책상이 연이어 붙어있는 맨 앞자리 중앙에는 두 개의 자리가 선점되어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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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른쪽 끝에는 아까 처음 봤던 남성과 비슷하게 생긴 근육몬이 열심히 타자를 두드리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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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가운데에는 초점 없는 눈을 가늘게 뜬 여인이 방긋 웃으며 나를 뚜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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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수업의 홍일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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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! 반소월 학생 옆에 앉을래요? 학생 괜찮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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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, 저는 좋아요. 나메야 여기 앉을래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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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리는 아름다운 여인은, 땀내 나는 교실 속에서 향기로운 샴푸향을 흩날리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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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투명한 창문 너머로 나를 애틋하게 쳐다보는 신연호의 얼굴 형상이 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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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... 이래서 섣불리 접근을 못 했던 거구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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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여자, 호위무사 숫자가 대단히 많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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잘못 건들기라도 했다간 철학과 남자들에게 척추가 반으로 접히는 미래가 뻔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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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반가워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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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, 저도 반가워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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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듯한 모범생 이미지의 반소월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수업에 경청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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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수가 칠판에 논리 기호들을 써내려가자 옆의 남성이 바쁘게 타이핑을 시작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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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면 반소월은 시선을 칠판 쪽으로 고정해놓으면서도, 책상에 올려놓은 내 손등을 마치 강아지 다루듯 계속 쓰다듬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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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손이 곱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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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가 작게 속삭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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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, 네... 고마워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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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리니까 당연하지 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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돌연 그녀의 손바닥이 내 손에 밀착하여 깍지를 세게 쥐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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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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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따 나랑 팔씨름 할래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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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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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소월이 후훗 소리와 함께 미소를 띠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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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짜 도른년인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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