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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대학교 28동 301호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천사가 찾아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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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장 맨 앞인 1열에 앉은 이들은 천사의 12사도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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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만 7명. 그 외에도 해석적 정수론의 최고 권위자들이 현장에 참석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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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기까지가 메인 카메라에 담긴 인물들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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촬영된 영상은 지금도 열심히 나메의 증명을 분석하고 있을 전 세계의 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에게 전송될 예정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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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면 화면 바깥에 있는 2열에서 5열 사이에 듬성듬성 앉은 사람들은 매일 숫자를 달리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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적을 때는 10명, 많을 때는 30명까지도 자리를 채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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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와 귀엽다...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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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들은 다른 과목의 교수, 혹은 강사로서 그냥 귀여운 나메가 보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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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2사도들과 천사가 말하는 내용이 뭔지 하나도 몰랐지만, 그녀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재잘대는 걸 듣기만 해도 즐거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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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러니까 여기 154페이지에 함수 f를 멜린 변환한 걸 보시면-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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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잠깐만 154... 154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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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최 교수님은 뭘 질문하셨죠? 아세파이트 변환이요? 안장점이랑 관련된 거라 설명하려면 한참 걸리는데 잠시만요. 일단 여기 수식 8.20의 이차방정식으로부터 잘 조작해서 도출된 거니까 그동안 계산해보고 계세요. 다른 분 질문 먼저 받을게요. 이번엔 어디에요? 마이너 아크... 하... 제발 교수님! 거긴 아까 다 설명 끝났고 메이저 아크로 넘어간 지가 언젠데 집중 좀 하시지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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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번에 한 명도 아니고 다수를 상대하고 있다. 마치 프로 체스 기사가 1대 10으로 대국을 두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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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이로운 지능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, 오늘 처음 참석한 교수가 나메를 불러 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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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노나메 학생은 이런 지식을 어떻게 다 알았어요? 각 잡고 하나만 파도 최소 3년에서 5년씩은 걸리는 분야인데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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흐름을 방해하는 질문에 다른 교수들이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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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꼭 하고 싶었던 질문이라서 꿋꿋이 시선을 감내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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콜라츠 추측과 골드바흐의 추측은 단순히 천재라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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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간과 바둑을 1억 번 두어서 1억 번 이기는 알파고에게 갑자기 요리를 시키면 잘 할 수 있겠는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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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학에는 체계적인 단계가 있었고, 겨우 여덟 살 어린이가 교수들과 동일한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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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는 7년 동안 가상현실에 갇혀 있었어요... 거기에는 푸른 하늘도, 맛있는 케이크도,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없었죠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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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슬픈 표정을 지어보인다. 눈꼬리가 축 처졌다. 입이 삐쭉 튀어나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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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제서야 자신이 크나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은 교수가 손을 싹싹 빌기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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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3평짜리 방에 갇힌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던 거라곤-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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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미안해! 아니 미안해요! 학생, 안 좋았던 일은 다 잊어버리고 앞으로 좋은 경험들만 쌓으면서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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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안 좋았던 일? 저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잊으라는 말씀이신가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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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아아아아악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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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는 치트키를 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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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희들이 가상현실에서 7년간 갇혀 봤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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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안 갇혀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’ 메타로 교수들의 의문에 착실히 반격해나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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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국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교수는 서둘러 뒷문으로 빠져나가버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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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쟤 말 진짜 또랑또랑 잘한다. 그치? 역시 천재는 천재구나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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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리 수업에도 한번 불러보고 싶은데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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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오? 완전 좋은 생각인데? 마침 내 친구가 행정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혹시 이건 어때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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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의 천재성은 둘째치고 존재 자체가 심장에 해로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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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은 수많은 전문용어들의 도배 때문에 저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던 게 다들 한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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청강 시간이 끝나 에밀리 마야코브스키의 안내에 따라 우르르 빠져나온 교수들은 제각기 고민에 빠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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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떻게 하면 저 아이를 자신의 수업에 불러올 수 있을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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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을 함께한 이들은 다 함께 한국대학교 행정관으로 몰려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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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흐아아암 홍보영상? 한국대학교는 그런 거 안 만들어도 되잖아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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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게 당신네 홍보팀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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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한국대를 좀먹는 월급 루팡 자식들이...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 항변하지는 못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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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대학교는 국내 최고의 대학이니만큼 홍보할 필요가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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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매년 의례적으로 만드는 홍보 영상도 20년 전 영상을 폰트만 바꿔 그대로 브이튜브에 내놓을 뿐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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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럼 예산이라도 써줘. 맨날 남아서 반환하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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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들은 장대한 계획을 설명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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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보고 홍보대사를 하라고요? 아니 전 한국대학교 학생도 아닌데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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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다른 학교들도 아무런 관련도 없는 연예인 홍보모델로 쓰는데 한국대라고 못 할 건 없지. 안 그래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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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러네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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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대학교 홍보대사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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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말 이름만 들어도 쓸데없어 보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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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거절하기에는 너무 많은 금액을 제시하니 대학교 수업에도 흥미가 생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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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여기 제시된 수업 중에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찾아가서 체험 영상 찍어오면 돼요! 나메는 가는 길 다 알아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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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길이야 지도가 있으니까. 한번 잘 해볼게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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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럼 화이팅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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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대 홍보영상을 2051년 최신 트렌드에 맞추어 리뉴얼하는 프로젝트에는 내가 주인공으로 당첨이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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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단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행정관 계단에 앉아 다른 유명 연예인들이 직업 체험, 또는 각 대학별 학과를 체험하는 컨텐츠 비디오를 쭉 돌려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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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많은 PD들과 카메라맨, 스태프들이 면밀하게 합을 맞춰 움직이는 방송과 달리 나는 홀로그램 다인칭 카메라 하나만을 들고 찍어야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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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찌보면 가혹한 임무이기도 했지만 어린이에게 큰 퀄리티를 바라지도 않는 것 같았으니 마음이라도 편하게 먹어야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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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어디를 먼저 갈까.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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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도를 펼치니 아까 행정실 직원이 친절하게 점찍어둔 장소가 빨간색 X표시로 체크되어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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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슨 보물찾기라도 하는 기분이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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첫 행선지로 고른 장소는 ‘완드의 구조와 기능’ 수업이 열리는 김웅첨단체육관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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띠리리링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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체육관 한쪽 구석에 놓인 폰에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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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당에 둥그렇게 모여 앉은 학생들은 저마다 침을 꿀꺽 삼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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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윽고 교수가 전화를 받으러 가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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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생들은 하나같이 귀에 오러를 집중해 대화를 엿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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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, 여보세요? 아아 진짜? 알겠어요! 그럼 조심히 와요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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탁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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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개를 돌린 교수의 얼굴에는 함박꽃이 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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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지금 바로 오기로 했대요. 아마 우리 수업이 처음인가본데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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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와아아아아아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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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에이쁠! 에이쁠! 에이쁠! 에이쁠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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평소에는 흐느적거리며 다니는 이론마법학과 학생들이 들뜬 기분으로 교수를 찬양하기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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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론마법학과의 커리큘럼은 다른 학과와 차별화 되어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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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통 한 학기에 3달을 수업하는 학과와 달리 이들은 한 학기가 2달 반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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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럼 더 좋은 거 아닌가라고 누군가가 의문을 품는다면 필시 그의 멱살을 잡고 말하리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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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년에 4학기라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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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규 커리큘럼만 1년에 10달. 시험 기간은 제외하였으므로 최소 일주일씩 잡는다 쳐도 벌써 11달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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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년에 방학이 다 합쳐 한 달도 되지 않으니 수업이라도 편한 걸 듣는 게 필수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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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점을 잘 주기로 소문난 배서진 교수의 ‘완드의 구조와 기능’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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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론마법학과 선배들은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배서진 교수를 놓고 한 입 모아 에이쁠 폭격기라고 칭하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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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1학년들이 착각하는 게 있었으니, 성적을 잘 주는 게 결코 수업의 난이도가 낮다는 말은 아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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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진짜 역대급으로 힘든 학기였어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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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제 1학년 2학기인데? 그래도 학점 잘 받으면 다 미화되잖아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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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건 인정. 우와 온다 온다! 너도 느껴져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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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대학교 이론마법학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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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원 86명의 소수정예는 한국 입시의 최종 승리자들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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86명 중에 아카데미 소속만 거의 70명에 달하였고, 각 아카데미의 최상위권들이니만큼 오러를 다루는 능력도 단연 발군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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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니나 다를까 강당 문이 끼이익 열리며 작은 몸집의 어린이가 모습을 드러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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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리 후배님이 학점을 뒤집어 놓으셨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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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야 이건 아니지. 나메는 초등부인데 갑자기 여기서 학연을 내세운다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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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학생이 은근히 같은 세피론 아카데미 출신임을 강조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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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로 티는 내지 않지만 이론마법학과에는 전국 8개의 아카데미 파벌이 은연 중에 존재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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특히나 초등부에서부터 고등부까지 12년동안 쭉 이어져 온 인연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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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반가워요. 한국대 배서진 교수라고 해요! 오늘 잘 부탁해요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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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세피론 아카데미 2학년 노나메라고 합니다. 잘 부탁드리겠습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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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는 행정관에서 마련해준 카메라를 꺼내 드론에 띄워보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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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상에 소리가 잘 나오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본격적인 수업 탐색이 시작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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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어쩌다보니 오늘 일일체험을 하게 되었는데, 완드의 구조와 기능은 어떤 수업인지 교수님께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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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당연하죠! 일단 저희는 이론마법학과 1학년 전공이니만큼 심화된 내용은 일절 없고요. 누구나 한번쯤 써봤을 완드의 구조에 대해 배우고, 대학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실습을 통해 익혀보는 수업이에요. 보통은-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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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잠깐만요. 그럼 학생분들에게 한번 여쭤볼게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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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른 브이튜브 영상에서도 대학생들 위주로 취재가 진행되는 걸 나메는 떠올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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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수의 편향적인 말보다 오히려 지난 두 달 간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생생한 체험이 더욱 와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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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안녕하세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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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와 지금 영상 나오는 거야? 네 안녕하세요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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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완드의 구조와 이해는 어떤 수업이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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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학생은 고민에 빠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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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실을 말할 것인지 아니면 교수님의 말대로 미화된 내용만을 말할 것인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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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의로운 학생은 진실을 택하기로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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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교수님이 처음에 말씀하신 거랑은 많이 다를 건 없는데. 예를 들어 이런저런 종류의 완드가 있다는 걸 배우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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끄덕끄덕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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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완드가 잘 작동되게 만들려면 이런저런 점들을 신경써야 하는 것도 배우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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끄덕끄덕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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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제 완드에 대해서 배웠으니, 조별로 직접 완드를 제작해보는 게 저희 기말 과제예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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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갑자기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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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하... 가르쳐줬으니까 이 정도는 한국대 학생이라면 다 할 수 있을 거라고... 흐윽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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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수에게서 느껴지는 무언의 압력 때문에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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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학생의 눈동자가 도축되기 직전의 돼지처럼 불쌍하게 글썽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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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카데미가 학생들에게 많은 양의 지식을 주입시키는 기관이라면, 대학교는 지식을 스스로 찾아 공부해야만 하는 교육기관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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배우러 오는 곳이 아닌, 경쟁하러 오는 곳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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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1세기에 무료로 지식을 학습하는 방법은 온라인에서도 널리고 널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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애초에 대학은 이를 평가하는 기관일 뿐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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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럼 이 수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뭐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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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교수조차도 이런 악랄하기 그지없는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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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럼에도 배서진 교수의 과목은 언제나 가장 첫 번째로 수강신청을 해야할만큼 인기가 좋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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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에이쁠을 뿌리시거든요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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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맞아요! 교수님께서 이번에 나메가 직접 우리가 만든 완드를 사용해서 제대로 작동만 되면 무조건 에이쁠을 주겠다고 하셨어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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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제가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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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고개를 돌려 교수를 바라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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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가 내심 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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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생들을 괴롭히긴 해도, 성적으로 모두 치유해주기로 유명한 배서진 교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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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는 성적을 잘 줄 궁리를 생각하여 나메를 수업에 끌어들이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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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생들은 당연히 환호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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애초에 학부생 수준에서 만들어내는 완드는 매우 조잡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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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만 초등학생이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라면 기껏해야 1서클 내지는 2서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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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쩌면 수강생 전원이 A+를 누릴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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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만약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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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럼 뭐 C나 D를 줄 수도 있고, 결과는 모르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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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하. 알겠어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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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자 여기, 우리 학생들이 만든 간이 연성진 작성기에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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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는 배서진 교수의 손을 잡고 자리를 이동하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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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략 4인 1조로 편성된 모양인지 완드가 8개 가량 일렬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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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앓는 소리를 하더니 결국 다 만들어냈네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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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면 다 된다니까 애들이 엄살이 심해서! 올해는 고등학교 때 배우고 온 친구도 있더라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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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완드 만드는 법을 고등학교 때 배운다고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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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 건 어느 아카데미 커리큘럼을 찾아봐도 없을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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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혀를 차며 완드를 쭉 둘러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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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완성품을 만든 건 대단하긴 한데 역시나 많이 조잡해.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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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시범 삼아 오러를 살짝 흘려보니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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텀블러처럼 생긴 완드는 벽면이 심각하게 불균일하여 대칭성이 중요한 마법을 시전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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펼쳐진 우산처럼 생긴 완드는 회로가 너무 얇게 각인되어 있어 3서클 이상의 고출력 마법을 사용할 때 자칫 망가질 수도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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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완드가 왜 다 모양이 제각각이에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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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창의성 점수가 있어서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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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아. 학생들도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겠네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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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나메의 모습에 감동하지 않는 수강생들이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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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옥같은 수업에서 내려온 한 줄기의 빛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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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럼 아무 마법이나 한번 써줄래요? 여기선 마나 막 써도 공짜니까 부담 없이 써요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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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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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우산 모양 완드를 들고 마법을 시전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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상당한 세기로 마류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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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의 몸집만 보면 오러하트가 크지도 않을 텐데 벌써 고용량의 마나를 다루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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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면 눈치 빠른 몇몇 학생들은 위기감을 느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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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설마 3서클 이상으로 써버리는 거 아니야?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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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잠깐만 저 정도로 마법을 써버리면 우리 완드는...!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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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3서클 시전: 상승기류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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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립된 계에서 막대한 유체를 이동시키는 마법은 필연적으로 많은 양의 마나를 수반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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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서클 마법 중에서도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하기로 유명한 마법이었기에, 조잡한 우산이 맞이할 운명은 뻔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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끼익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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펑-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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터져버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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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 3서클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. 내가 계산을 잘못하는 날도 있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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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실수? 실수라고?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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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앞에서 어렵게 만들어낸 기말과제가 터져나가는 걸 본 조원들은 경련을 일으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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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와하하하 내 이럴 줄 알았다 우산 모양이 뭐냐 우산이! 내 저거 터질 줄 알았다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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위로해주지 못할망정 놀려대는 학생들도 간혹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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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바로 다음 완드로 손을 뻗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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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서클 시전: 유전 분극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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끼리릭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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퍼벙-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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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조금 아깝네... 부도체인데도 어째서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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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서클 시전: 단열 팽창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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슈우욱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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퍼버벙-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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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회로 안에 여유 공간이 너무 적었나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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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무 막대기도, 텀블러도, 장갑도, 목걸이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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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생들은 8개의 완드가 나메의 손에서 터져나가는 걸 무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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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다시 평가받으려면 수리해서 가지고 와야겠는데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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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 * *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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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점은 일시적이지만 경험은 영원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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에이쁠을 위해 봐줄 수도 있었겠지만 마법을 다루는 학생들에게는 언제나 완벽함이 요구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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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내 가르침에 반발한 학생들도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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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교... 교수님 이건 아니잖아요! 작년에도 평가받을 때 2서클 위 마법은 안 썼다고 들었는데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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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러게... 이를 어쩌나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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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니 나메야 넌 왜 그런 마법을 써서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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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학생이 철사 부분이 떨어져나간 완드를 부여잡고 애달프게 통곡하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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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무리 그래도 이게 에이쁠 받을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아서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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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게 뭐가 에이쁠이 아닌데! 아무리 봐도 우리 조가 제일 잘 만들었는데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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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럼 이렇게 하죠. 저랑 대련을 해요. 오빠는 그걸 들고, 저는 제 개인완드를 쓰고. 만약 정상적인 완드라면 제가 무슨 제품을 쓰든 초등학생 정도는 가볍게 이기실 수 있잖아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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완드는 어차피 부속품일 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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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으니 그의 완드가 최소한의 정상적인 구조라도 갖추고 있다면 문제없이 대련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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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구나 꼬맹아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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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가 설계도면을 꺼내 완드를 칭칭 감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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붉은 마나를 흘려보내니 다시 정상적인 완드가 생겨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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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 또한 주머니에서 IWC 회상을 꺼내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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건물 전체에 방마나 처리가 되어 있는 김웅첨단체육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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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번 생에 태어나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바로 마법 대련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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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임에서 패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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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교수님 허락해주실 거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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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는 이번에도 인심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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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대로 고백하자면, 강당에 들어오기 전부터 나와 교수가 짜고 친 판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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