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국가무형문화재 제37호 마공장 보유자 백봉곤 훈장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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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는 자신의 선조들이 19세기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당대 최고의 마공품을 만들어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수호하였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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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언제부턴가 마공품이 필수품에서 귀중품이 되어버렸고, 더 이상 한국에서는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‘야밈 노라임’ 전쟁 때 깨닫게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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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든 간이 연성진 작성기는 현대화되어 있었고, 스위스의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퀄리티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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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래서 할아버지께서는 지금 후계자를 찾고 계신다는 거예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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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의 일대기를 모두 들은 백호찬이 넌지시 물어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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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봉곤 훈장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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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내 나이가, 올해로 여든하고도 넷이랑께. 후계자 교육은 못해도 20년이 넘어. 내가 100세까지 살 것 같더니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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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오래 사셔야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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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참나. 말이나 고맙다 호찬아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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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는 이미 오래 전에 후계자 모색을 포기하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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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제는 알려주고 싶어도 애석하게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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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지만 그렇게 이 데이터 쪼가리가 갖고 싶거든, 적어도 나와 가치관은 같았으면 좋겠구나. 아 마침 그 아이도 내려오네. 호찬아 내 방에 가서 가야금좀 가져오너라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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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카드키는 주셔야 가져오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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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거 말본새 하고는. 여기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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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누구보다도 서양문물을 싫어하시는 분이 왜 자기 방에는 도어락까지 설치해놓으셨대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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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얼렁 안 가져오냐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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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이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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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까지 달려가서 백훈장의 방에서 거대한 가야금을 어깨에 지고 오는 백호찬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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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간이 굽은 직사각형의 나무판 위에 25개의 흰색 줄이 걸려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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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5현 가야금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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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호찬이 정자까지 거의 다 와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뻔했을 때, 백훈장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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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자기 몸을 그렇게나 못 써서야 쯧... 저 봐라! 저기 산 타고 내려오는 나메도 잘만 뛰어오잖냐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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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나메는 아직 어리잖아요. 저는 뛸 때마다 허리가 쑤셔가지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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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게 어디 팔십 먹은 노인 앞에서 할 소리야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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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근데 쟨 목에 뭘 두르고 오는 거지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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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벅지를 향해 날아오는 회초리를 요리조리 피한 백호찬이 오도도도 뛰어오는 나메를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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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만히 보니 목도리 같기도 하고, 아무튼 정체를 알기는 어려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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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의 말에 아린이와 민우, 그리고 천교수의 고개가 동시에 나메쪽으로 돌아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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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러게 뭐지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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뒷동산에서 완전히 내려온 나메는 잠시 담벼락에 가려져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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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마침내 일행들 앞까지 도착했을 때, 한명도 빠짐없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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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배... 배배배배... 뱀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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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야...! 너 그거 어디서 주워왔어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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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린이가 기겁하며 구석에 틀어박히고 민우가 그 뒤를 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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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... 그거 죽은 시체인 거 맞지? 여기 산에서 가져온 거야 친구야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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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시절 덕에 시골생활이 익숙한 백호찬도 뱀의 크기에 압도되어 말을 더듬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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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기 몸집만 한 거대한 뱀을 어떻게 여기까지 지고 왔는지 의문이 남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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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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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 이게 말이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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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스슥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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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순간, 나메의 등 뒤에 머리를 기댄 검은 뱀이 고개를 확 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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위아래로 길게 찢어진 동공을 마주할 수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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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끄아아아아아악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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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살아있잖아 미친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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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나메야! 그거 빨리 버려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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뱀이 탈출하려고 온몸을 비틀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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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아아아아악 움직인다! 움직인다고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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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삼촌이 빨리 어떻게좀 해봐! 저거 못 죽여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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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렇게 큰데 어떻게 죽여? 구렁이가 무슨 지렁이도 아니고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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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자 나메가 조막만 한 손으로 뱀의 목을 콱 움켜쥐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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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잠잠해져서 몸을 추욱 늘어뜨린 파충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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목에 칭칭 두른 뱀을 다시 땅에 풀어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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촉촉한 흙내음을 맡고 정신을 차린 뱀은 인근 풀밭으로 사라져 없어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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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게 멸종위기종이라서 사람들이 죽이면 안 된대요. 그래서 보여주려고 그냥 한번 가져와봤어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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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사람들... 누... 누가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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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‘아리스토텔포’님이 5,000원 후원!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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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하아... 쉬이불 드디어 끝났다... 티익스프레스보다 더 짜릿했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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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‘언닉일치’님이 1,000원 후원!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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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다음부터는 제발 그러지 마 나메야ㅠㅠㅠㅠㅠ 언니 진짜 간 떨어질 것 같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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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‘마력조’님이 1,000원 후원!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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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ㅋㅋㅋ 방송에 나오는 자연인들은 오늘 나메보고 좀 더 분발하도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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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‘심심한오늘’님이 10,000원 후원!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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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뱀으로 시청자들 조련(?) 완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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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‘노네임은아가야지켜줘야해’님이 30,000원 후원!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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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다시는 나메님을 아가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. 당신은 민증이 없어도 편의점에서 술 담배를 살 수 있는 어엿한 성인입니다. 죄송합니다. 죄송합니다. 죄송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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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 * *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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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가야금 대결이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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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훈장은 나메에게 두리도에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이야기, 선조들의 뛰어난 활약들, 자신이 만든 독창적인 마공품을 쭈욱 설명해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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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미 처음부터 들었던 사람들은 하품을 번갈아가면서 내쉬며 꾸벅꾸벅 졸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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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려. 기술은 사라질 수 있어도 조상님들의 혼은 마음속에 남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. 그리고 예로부터 음악은 혼의 집약체였지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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띠링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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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훈장이 줄을 튕기며 조율을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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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내가 이 섬에서 태어나지만 않았어도 이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가 되었을 거여. 마공장이 아니라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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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역시 억지로 지어낸 시험답게-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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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어허! 억지로라니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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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는 마공장 보유자이면서 가야금산조 이수자이기도 하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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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야금 산조 중 ‘휘모리’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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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조(散調) 장단에서, 가장 빠른 속도로 처음부터 급하게 휘몰아 연주하는 장단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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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른손이 현란하게 가야금을 뜯기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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검버섯 피어오른 손이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청아한 현소리를 자아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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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면 그의 시선은 오로지 왼손에만 집중되어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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왼손이 부르르 떨리며 울림에 활기와 생기를 가득 더해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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긴장감 박진감 속에서도 애절함이 묻어나오는 곡조에 분위기가 절로 숙연해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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뜻하지 않게 귀가 호강하는 경험을 하게 된 시청자들도, 전율 돋는 예술에 대한 호평이 잇따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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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와 미친 한복 할아범 클라스 ㄷㄷㄷㄷㄷ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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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국악 맞음? 지리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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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이게 시골 낭만이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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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우리는 도대체 무얼 위해서 게임에서 팀원들과 싸웠던 걸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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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자기성찰 뭐임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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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만점이요 만점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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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연주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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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ㄹㅇ 신들렸음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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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이게 가야금? 도대체 내가 알던 건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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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여기 어디에요? 저도 한번 찾아가보고 싶은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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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네에 알려드렸습니다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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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네에 버뮤다 삼각지대랍니다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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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무인도라는데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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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크흠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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흰 수염을 매만지는 백봉곤 훈장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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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랜만에 펼치는 자신의 연주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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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어쨌든, 네가 이 정도 수준의 산조를 펼칠 수 있다면 내 인정하마. 기한은 딱히 제한해두지 않겠지만 혼이 담기지 않은 음악은 절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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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니 잠시만 할아버지! 이건 너무하잖아요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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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뭐가 너무해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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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건 시간이... 하루 이틀 해가지고 되는 수준이 아닌데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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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럼 바로 전 단계에서 저 아가가 오러를 부리는 건 말이 되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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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치만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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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러는 나메의 재능이 천성적으로 뛰어난 걸로 대충 치부할 수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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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연주는 재능에 더하여 노력까지 필요한 일 아닌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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논어를 한 시간만에 외우는 괴악한 암기력은 눈여겨볼만 했지만, 백봉곤 훈장은 그보다 많은 것을 바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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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호찬이 이를 악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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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대로라면 나메마저 이 지옥같은 섬에 갇혀버리게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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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이들 식량도 2인분에서 3인분을 준비해야하고, 학습지도 하나 더 필사해야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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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아이가 음악에는 소질이 있을까? 만약에 없으면 앞으로 몇 년이나 여기에 있어야하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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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호찬은 그러한 상념이 끊이지를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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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훈장님께서 말씀하신 혼이란 대체 뭐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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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훈장이 갸륵한 표정을 지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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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혼이란 영원불변한 것. 음율만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메시지. 그리고 미지의 창작자에 대한 경탄이 수반된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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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는 백봉곤 훈장이 원하는 스타일을 머릿속으로 직조해나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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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야금, 영원불변, 메시지, 그리고 경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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언어로서 표현된 백훈장의 열정이 기계적으로 재조합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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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한번 쳐볼래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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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여기 이렇게 앉으면 된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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훈장은 가야금을 뜯기 위한 올바른 자세를 알려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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팔을 쭉 뻗어야지만 겨우 끝이 닿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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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전 처음 만져보는 악기에 나메가 가르침을 청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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띠링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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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맞아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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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옳지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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띠리리링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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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렇게 하면 손가락이 아플 텐데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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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괜찮아요. 오러를 두르면 되니까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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훈장에게만 있고 나메에게 없는 굳은 살은 오러로 대체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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팔을 뻗어도 닿지 않는 부분은 상체를 움직여서라도 뻗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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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든 음계에 익숙해진 나메는 화음, 그리고 아르페지오를 차례대로 연습해나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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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허허 이것 참... 전에 악기를 다뤄본 적이 있지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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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 몇 번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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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미 음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는 나메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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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쩌면 백훈장이 심사숙고해서 만들어낸 마지막 시험도 빠른 시일 내에 끝나리라는 것을 강하게 직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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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훈장님은 아카데미가 그렇게 싫으세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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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아! 싫다마다! 듣기만 해도 치를 떤다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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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럼 이런 현대 완드도 싫어하시겠네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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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완드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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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는 예술에서만큼은 옳고 그른 건 없다고 생각해요. 미와 추만 있을 뿐이죠. 훈장님께서 혼을 어떻게 정의하였는지는 저로서는 모르겠지만, 감히 추측해보건대, 혼은 무관심성에 있다고 봐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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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혼이 무관심에서 나온다라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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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돈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돈이 주는 다른 가치에 사심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에요. 반면 길거리에 피어난 꽃잎을 아름답다고 느꼈으면, 그건 그냥 아름답기 때문이에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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찰칵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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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뭐하는...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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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연주가 끝나면 다시 떼어드릴게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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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야금 끝에 작은 원기둥이 달라붙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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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까 처음에 백훈장이 했던대로, 나메도 그와 똑같이 조율을 하기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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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이미 조율은 완벽하게 되어 있을텐데?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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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문이 피어오른 시점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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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린아 이거 폰 들고 이렇게 찍어줄래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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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렇게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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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응. 팔 아파도 조금만 들고 있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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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오케이 알겠어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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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제 나메의 방송화면은 전적으로 아린에게 넘어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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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든 준비를 끝마친 나메는 완드를 작동시켜 주입기 부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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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시전: 주파수 변조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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띠잉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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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...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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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어때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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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와 어떻게 했어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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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현을 가볍게 튕기니 청아한 소리가 아닌 금속적인 소리가 튀어나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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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렉트릭 기타에서 날법한 소리가 가야금에서 난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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잔음이 한참동안이나 귓가에 머물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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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솔 미파 솔 미파. 이럼 캐논변주곡 같지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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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헐 대박. 똑같아 어! 어떻게 했어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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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민우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흘러나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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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는 나메 옆으로 무릎을 질질 끌며 다가와 원리를 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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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신디사이저의 원리이지. 근데 오빠 거기 앉을 거야? 그럼 방송에 나올 텐데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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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? 어어... 상관없을 것 같아... 응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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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년은 지금 나메의 연주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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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가야금에서 록 메탈 음악이 나오는데 남자로서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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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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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어케 한 거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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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가야금(rock/metal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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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우리 집에 해금 있는데 당장 따라서 해본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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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훈장님 충격먹으신 듯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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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이... 이건 전통악기가 아니야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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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가야금으로 캐논치면 낭만 넘칠 듯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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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노나메 보여주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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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설마 음악도 재능충이냐? 진짜 말도 안 된다 얘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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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못하는 게 뭐임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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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럼 이제 시작할까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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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예 팔짱까지 끼며 부반응을 보이는 백훈장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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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훈장님, 혼이란 영원불변한 것이라 하셨죠? 그러니까 훈장님도 제 곡의 본질을 알아주셨으면 하네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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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는 시험당하는 걸 싫어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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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생에서 십수년간 살아온 황녀라는 절대갑으로서의 위치는 쉽게 바뀔 리 만무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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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그녀는 이중으로 함정을 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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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약 백훈장이 가야금의 전통만을 준수했더라면 나메도 몇날 며칠을 고생해야겠지만, 그는 본질에 대해서만 언급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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판소리 같은 곡은 잘 모르지만, 그가 말하는 ‘혼’이 담긴 클래식 곡들은 여럿 꿰차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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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약 오히려 백훈장이 혼이 담겨 있지 않다며 걸고 넘어진다면, 나메도 그에게 가서 왜 본질을 보지 못하느냐고 따질 생각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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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건 서로에 대한 시험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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열 개의 손가락에 황금색 오러를 두른 나메가 비로소 가야금을 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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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단조(A minor)로 시작하는 5분 가량의 연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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곡의 제목은 ‘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카프리스 24번’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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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기에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니콜로 파가니니의 혼이 담겨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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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 * *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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혼이니 뭐니 거창하게 말해도 결국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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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너보다 더 뛰어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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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니었으면 백봉곤 훈장도 굳이 휘모리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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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는 가야금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기교를 내게 선보여주었고, 거기서 경지의 끝에 도달한 자의 일종의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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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긴 몇십 년간 고독하게 섬에서 지내왔기에, 인정욕구에 정말 목말라 있는 사람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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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 전통의 문화를 지켜낸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평생을 바쳤기 때문일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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몇천 명의 사람이 생방송으로 지켜보고, 박수치고 있다는 말에 처음으로 활짝 웃으며 본심을 내비치기도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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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의 앞날을 끝까지 응원해주고 싶지만, 결국 그는 내게 시험을 냈고 나는 이에 응했을 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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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교에는 초절기교로 답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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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건 전생에서도 바이올린 조금 켠다고 꺼드럭거리는 귀족들을 전부 물리친 지고지순한 음악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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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6분음표의 레가토 변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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옥타브의 2겹친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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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음과 고음을 일시에 넘나드는 기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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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6분 셋잇단음표 음형에 의한 변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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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끝이 도통 보이지 않는 아르페지오까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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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모든 걸 마치 카프리스 24번 9변주의 ‘피치카토(현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기법)’로 수행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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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냐하면 지금 이건 가야금이기 때문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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즉흥으로 가야금에 맞게 편곡한 거라 우려는 조금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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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봉곤 훈장의 얼굴 주름이 배로 늘어나 있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 연주는 내 의도대로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 같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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때때로 극한의 몰입은 사람을 무아지경으로 만드는데, 내가 연주한 게 내 귀에 들리지 않을 때가 있기도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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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건 조금 나중의 일이지만 아린이와 같이 배를 타고 섬을 떠날 때, 나는 가야금을 연주한 영상을 틱톡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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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구렁이도 감동한 8살 꼬마의 신들린 가야금 연주 (Metal ver.)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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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조회수: 308만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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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불어 예전에 파자마 파티를 했을 적 하루가 틱톡에 업로드한 영상도 같이 재발굴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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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이 오타마톤 소녀는 지금 랭킹에 있는 여자와 동일인물입니까?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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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조회수: 131만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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