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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통령이 해외순방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나메의 병실부터 들렸다는 기사는 여론을 잠재우는 듯싶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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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화환이 쓰레기장에 발견되었다는 추가보도로 국민들의 분노는 점점 몸집을 불려나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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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짜 한국에 정이 떨어진 게 아닐까? 이러다가 미국으로 홀랑 떠나버리는 거 아닐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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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국 2051년 6월 10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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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조원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였고, 모두발언에서 발푸르기스 소탕 작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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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한 UN군에게도 당시 사건 타임라인 기록을 요청하겠다는 말을 전하였는데, 이는 뜻하지 않게 여당과 야당으로부터 동시에 공격받는 계기가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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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당에서는 동맹국과의 신뢰를 깨뜨리고 국가 안보 위기를 초래하는 경솔한 판단이라고 평하였고, 야당은 당장이라도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를 뒤집어도 모자랄 판에 시간을 버는 행위라며 강렬하게 비난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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분노를 동력원으로 삼은 언론들은 쾌재를 불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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브이튜브에서 국뽕 영상이 큰 인기를 끈다면, 메인 언론 기사는 일명 ‘국까’ 영상이 조회수를 보장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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OECD ‘청소년 자살률 1위’, ‘노인 빈곤율 1위’, ‘연간 노동시간 1위’ 등등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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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중들은 삶이 팍팍한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 찾기보다는 외부로 돌리길 원했고, 그러한 본성을 부추기는 것도 언론들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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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뉴스도 엄연히 존재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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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진수 교수가 이끄는 순환기내과 의료팀이 나메가 가지고 있던 오러하트 질환과 관련된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소식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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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로써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사람들은 다시 그녀의 행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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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노네임 브이튜브 구독자 100만 실화냐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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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에 무슨 30만명씩 오르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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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니 나작스가 어쩌다가 이렇게 월클이 되어버린 거임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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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댓글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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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오늘 아침에 보니까 해외뉴스도 계속 타는 것 같더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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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ㄹㅇ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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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ㅇㅇ BBC 메인에도 걸렸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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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제발 방송 안 해줘도 되니까 수술 잘 끝내서 괜찮다고 근황이라도 올려줬으면 좋겠다ㅠㅠㅠ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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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혹시 인스타 같은 건 안 하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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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SNS는 인생의 낭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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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노나메가 수상할 정도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던 이유 분석해봤음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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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희 같으면 가상현실에 갇힌 거 깨달았을 때 그냥 게임만 했겠냐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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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떻게든 나가보려고 발버둥을 쳤겠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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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임 하고 남는 시간에 그냥 인터넷에 있는 지식이란 지식은 싸그리 가져가 외웠을 거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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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송 보니까 원래부터 천재에 기억력도 탈인간급이더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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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마나 감응력이 뛰어날수록 정신연령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 어른스러운 이유까지 다 설명이 됨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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포션만 먹었는데 7년이나 살 정도면 태어날 때부터 마나 감응력도 보통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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뇌피셜 어떰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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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댓글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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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그래서 비아카데미 출신 국회의원들이 말하는 뽄새가 애새끼 같이 느껴졌던 게 다 마나 감응력이 떨어져서 그런 거였냐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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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그거랑은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데요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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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기사 보면 노나메가 걸린 게 레스타카야 증후군으로 추정하던데 이건 마나 감응력이 뛰어난 거랑 아무런 연관이 없음 ㅇㅇ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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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(작성자): 그러냐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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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근데 마나 감응력이 탈인간인건 인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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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아무리 월오아가 사용자 편의주의적인 시뮬레이션이라고 해도 5서클 마법 다루는 거 보면 보통 재주가 아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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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진짜 밥도 못 먹고 하루종일 게임하고 공부만 했다는 소리 아냐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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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ㅈㄴ 불쌍하다 나였으면 트라우마 걸려서 다시는 캡슐 안에 못 들어갈 것 같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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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나메 없는 삶은 지옥이다...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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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제 와서 깨달았지만 노네임은 대체재가 없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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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른 키즈 채널들 보면 애기들은 계속 앵앵거리기만 하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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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린 아바타 착용하고 애교부리는 버튜버들 속에는 다 큰 성인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역겹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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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어린 애가 개쩌는 실력으로 게임하는 방송 알고 있으면 추천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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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댓글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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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아니 있겠냐고 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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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노네임이 방송해줬을 때 고마운줄 알았어야 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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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원래도 방송 주기 뜸해서 엄청 고마워했는데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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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그때 다같이 얼마나 환호해줬는데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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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스트리머 작년부터 시작했다는데 그동안 가서 안 봐주고 뭐했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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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게임도 안 했다는데 어떻게 알아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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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심해탐사라도 했어야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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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의 트위시 스트리밍 대기방에는 적막함이 감돌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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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분간 방송을 할 수 없는 환경임에도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처지는 안타깝기 그지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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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NoName님의 방송국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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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현재 오프라인입니다 – 4,921명 대기 중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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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방송도 안 하는데 계속 5천명 유지하는 거 실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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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우주미아 5천명 ㄷㄷ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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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이미 싸늘해진 시체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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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이러다가 갑자기 방송 켜지면 좋겠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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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벌써 이 말만 299792458번째 나오는 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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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그래서 이제 뭐함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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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일요일에는 오겠지... 다음주에는 오겠지... 다음달에는 오겠지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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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엄마 여기 너무 캄캄하고 어둡고 추워요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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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검정화면에 채팅창만 있으니까 기괴하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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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(매니저5): 드ᅟᅣᆯㄲㅃ@#ㅓ갿#ㆍ#ᄁᅠᆯㅈ가#($ㄲ!!!!!!!!!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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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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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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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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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(매니저5): 방금 방장님한테 초대장 옴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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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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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초대장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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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장난치지 마셈 이 앙칼진 퍼리년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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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(매니저5): 븅딱아 진짜거든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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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(매니저5): (사진).jpg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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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(매니저4): 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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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뭐야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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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생일파티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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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내일 노네임 생일이었어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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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아니 왜 말을 안 하는데!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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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(매니저1): 헐 저도 옴 ㄷㄷ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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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(매니저2): 난 안 왔는데 세상 섭섭하네 참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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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무슨 기준이냐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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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설마...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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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에게 온라인 초대장을 받은 건 총 3명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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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호야무야호’, ‘대학원생살려’, 그리고 ‘고양이교미가제일좋아’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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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그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1등 분들께는 밥이라도 한 끼 사드리죠 뭐.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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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두 나메 방송의 애청자들로 손꼽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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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언제가 될 지는 몰라요. 그러니까 별로 기대는 하지 마세요. 까먹고 지내다가 주머니에서 우연히 돈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잖아요?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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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으로 트위시 커뮤니티를 만들 때 진행했던 작은 시상식 우승자들은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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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(매니저5):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~~~!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~~~! 아싸 나메 보러 간드아아아앗!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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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 * *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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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리 나메 여덟 번째 생일 축하한단다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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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두웠던 방이 순식간에 밝아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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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을 비비적대고 침대버튼을 찾아 몸을 일으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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목소리의 주인은 천교수였다. 밤 12시가 되자마자 타이밍에 맞게 온 모양이었다. 아쉽게도 축하해주는 건 아델라가 한발 빨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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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뭐야, 저 생일 축하 하려고 아직까지 안 주무신 거예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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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리고 폰 할 때는 불 좀 켜고 하랬잖니. 눈 나빠진다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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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축하를 해주던지 잔소리를 하시던지 한번에 하나만 하세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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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하하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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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10시만 되면 취침에 들어갈 천교수가 어쩐지 밤 늦게까지 버티고 있나 싶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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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새 테이블에는 예쁜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, 그리고 손에는 아마 내 생일 선물로 추정되는 곰돌이 모양 포장지가 들려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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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고구마 케이크 사오시면 어쩌려나 싶었어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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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나메 취향은 내가 또 잘 꿰차고 있지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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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교수님의 권유로 우리는 훨씬 넓은 VIP 병실로 옮기게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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응접실과 부엌, 침실, 옆방에는 의료진이 상주하는 공간까지 체계적으로 갖추어진 층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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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만큼 가정집 느낌이 흠씬 풍기는 친숙한 인테리어 때문에 부담감이 덜 느껴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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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히려 그러한 면이 VIP 병실의 어마무시한 금액을 떠올리지 못하게 만드는가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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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건 선물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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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열어보겠니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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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뭘까... 조금 기대되는 것 같기도 하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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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일 거란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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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교수의 호언장담에 나도 호기심 짙은 눈빛으로 천천히 리본을 풀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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포장지의 곰돌이들이 점점 표정이 구겨지는 것과 반대로, 아마 내 표정은 환희에 차 있는 상태가 아닐까 추측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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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하얀 상자 가장 정중앙에는 나도 잘 아는 브랜드의 로고가 박혀있었으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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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IWC schaffhausen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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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롤렉스나 오메가보다는 이런 게 더 나메 취향이라고 생각했거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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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와아아... 근데 상자 안에 있는 게 그냥 시계라면 저 좀 많이 실망할 거예요. 무슨 뜻인지 아시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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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하하하 설마 그럴리가. 어디 한번 열어보겠니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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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사가 당분간 심장에 무리 가는 행동은 하지 말랬는데. 이런 면에서는 천교수의 배려가 부족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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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밀봉씰을 뜯고 천천히 상자를 열어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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박스 천장에는 아까 그 로고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어 명품임을 재차 강조하는 것 같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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쿠션으로 소중하게 포장되어 온 기다란 물체를 꺼내 양쪽으로 쭉 잡아당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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악기에 비유를 하자면 플루트보다는 조금 작은, 대략 피콜로 정도 크기의 막대에 영롱한 은색 빛깔이 감돌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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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간이 연성진 작성기...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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완드라고도 불리는 고가의 제품. 하물며 명품 딱지까지 붙었으니 가격이 얼마나 나갈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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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한번 사용해보겠니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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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법사들에게 있어서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완드는 귀찮기만 한 마법의 기록 과정을 일부 생략하고 최적의 마나를 주입시켜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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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제는 설레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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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체적인 조작법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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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시전: 라이트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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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서클의 대원이 저절로 그려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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심지어 마법이 워낙 간단한 탓인지 그 안에 세부적인 회로술식마저 자동으로 각인되는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. 편의성 면에서는 천교수가 사용하는 지팡이보다 훨씬 뛰어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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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일하게 내가 지정해야할 변수는 광량밖에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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심지어 내가 속으로 계산해본 최적 마나 주입량과 0.1%의 오차도 보이지 않으니 점점 더 이 완드에 호기심이 생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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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거... 이름이 뭐예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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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IWC Reminiscence라고 하더구나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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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회상? 뭔가 IWC 치고는 되게 감성적인 이름이네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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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어때 마음에 드니? 드는데 무겁지는 않고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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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, 너무 좋아요... 아 이래서 선물 받기 전에 감사인사를 드렸어야 하는 건데. 이러면 너무 완드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잖아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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차마 완드를 내려놓을 수는 없어서 손에 꼭 쥔 상태로 천교수에게 포옹을 해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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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감사합니다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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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선물이 마음에 쏙 들어서 다행이구나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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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같은 아이를 입양해주셔서 감사해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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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...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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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등과 맞닿아있는 천교수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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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전부터 쭉 생각해오고 있었어요. 저는 진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. 뭐 7년 동안 힘들게 살았으면 어때요. 앞으로 90년간은 행복하게 살 건데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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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...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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위압감 넘치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디가고, 천교수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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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오늘이 딱 1주년이에요. 제가 캡슐에서 탈출한 날로부터 1주년. 만약 제가 천교수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가끔씩 생각해보곤 해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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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교수는 참 좋은 사람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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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에 나온지 1년도 안 된, 경험만으로 따지자면 신생아나 다름없는 아이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이해해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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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요즘 들어 자주 느끼는 것 같아요. 이 세상에 천교수님만큼 대단하면서도 동시에 사람좋은 분이 별로 없구나. 그러니까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...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. 아 어디 가겠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...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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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고맙구나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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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뭘요... 제가 더 감사하죠... 진심이에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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잠시 정적이 맴돌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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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사함을 전하는 행위는 낯부끄러우면서도 사람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느낌이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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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로 어떤 말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 몰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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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국 내가 다시 총대를 매게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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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를 입양하겠다고 확실하게 마음 먹으신 계기가 있으신가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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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교수의 입술이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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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어라 말하려다가도 멈칫하는 모습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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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무 진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화제를 재빨리 전환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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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녜요,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물은 거니까. 아 그나저나 생일파티는 어떻게 해야 하지.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내야 하나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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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여기로 초대하면 되잖니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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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? 여기로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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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교수의 의견에 나는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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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 거실보다도 큰 방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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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래도 될까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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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무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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커튼을 열어 병원 밖 1층을 보기 위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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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층이라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외부인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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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얀색 환자복은 눈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으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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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자들일까, 아니면 브이튜버들? 정치인이나 시민단체일 수도 있겠다. 가끔씩 확성기를 통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으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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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여기까지 뚫고 오는 게 좀 힘들어 보이는데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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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앞까지는 내가 마중 나와주면 되지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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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하하. 알겠어요 그럼 애들한테 그렇게 전할게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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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교수와의 잡담을 조금 더 나누다가 그는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방 불을 꺼주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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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회상’이라는 이름처럼 지난날들이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장면장면 스쳐 지나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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간이 연성진 작성기를 애착인형처럼 소중히 품에 안고, 아주 희미하게 귓가에 스치는 자장가를 들으며 나는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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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보고 싶어... 엄마..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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