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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확실합니다. 외주를 받아서 웨어소프트 사에게 제공했던 고유마도였죠. ‘아슈타일의 고리’라는 환상적이고도 매혹적인 이름을 붙여준 게 기억나네요. 그런데 이걸 저에게 보여주시는 이유가...?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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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볼코프 교수님 잘 보십시오. 이 자는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입니다. 설마 교수님께서는 5서클 고유마도씩이나 되는 걸 GPL(오픈소스 라이선스)로 넘기기라도 하셨습니까?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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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그건 아닙니다만... 그러니까 웨어소프트가 이 자에게 제 고유마도를 유출시켰다는 말씀입니까?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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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회사와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, 독단적으로 벌인 캐스토재킹(castojacking)인지는 아직 모릅니다. 다만 확실한 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죠. 여기에 서명만 해주시겠습니까? 저희가 나서서 해결해드리겠습니다.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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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위서클 이상의 고유마도는 마법사의 아이덴티티나 마찬가지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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복잡한 술식일수록 마법진에 들어간 회로배열이라든가 룬문자에는 시전자의 습관이 반영되기 마련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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특히나 전직 종군 마도사씩이나 되는 사람은 한 국가의 귀중한 전략자산이었고, 전쟁이 자주 발발하는 현대에 들어서 고유마도를 공개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건 지나가는 개도 알 정도로 당연한 사실이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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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ASI 제작사 ‘오필리아’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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웨어소프트에게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당하고 그들의 주력 상품마저도 한 개인에게 복제품이 넘어가 기술이 유출될 처지에 놓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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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업 대 기업 싸움으로 가면 대법원 판결까지 족히 10년은 걸릴 터. 그 전에 이쪽이 먼저 파산할 것이라는 건 자명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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따라서 오필리아 법무팀은 타겟을 노네임으로 변경했고,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‘아델라’를 회수하기로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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트집 잡을 거리가 생기기만을 기다리며 그녀의 플레이 영상을 계속 돌려본 결과 타인의 고유마도를 훔쳐서 사용했다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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곧바로 대한민국 로펌에 사건을 맡겼고,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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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며 임원진들에게 조인트를 대차게 까이고, 퇴근했더니 가족들이 전부 잠들어있던 모습만 보았던 날이 며칠째 쭉 이어졌던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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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감히 우리 회사를 대놓고 무시해? 그래 니들이 허접한지, 우리가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.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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웨어소프트든 노네임이든 아무나 덤벼라. 만반의 준비를 펼친 오필리아 법무팀은 자신있게 웃음지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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갑자기 한국 로펌에서 이미 지급한 수임료의 10배를 추가로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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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게 무슨 소리입니까! 이제 와서 갑자기 열배라니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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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러니까 형사처벌이 불가한 상황에서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본인이 아니라 미성년자의 감독자책임을 물어야합니다. 이건 의뢰인님이 처음 말씀하신 것과 전혀 다른 사건이에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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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형사처벌이 왜 불가능한데요? 자사의 기술이 분명 유출되었다니까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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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간단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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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대한민국 형법 제9조(형사미성년자): 12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.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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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0배라는 비현실적인 금액도 알아서 취소하라는 무언의 압박에 가까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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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혹시 어제 뉴스 못 보셨습니까...? 저희는 단순한 이슈몰이의 일환이라도 패소가능성이 높은 의뢰는 받고 있지 않습니다. 오늘까지 결정하지 않으시면 지급하신 수임료는 전액 계좌로 돌려드리겠습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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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냐하면 7살 아이가 캐스토재킹을 벌였다는 것도, 천병호 마도사가 범죄를 방관 혹은 종용했다는 것도 어느 하나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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실적을 중시하는 한국 로펌의 특성상, 그들은 이미 이 사건의 승소 가능성을 0으로 보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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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일곱 살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? 누가 일곱 살인데요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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법무팀은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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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화선 너머로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목소리가 바뀌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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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리바리한 청년에서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중년의 여성으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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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야 나한테 당장 바꿔봐. 당신들은 이 불쌍한 일곱 살 아이한테 정녕 그러고 싶어요? 착수금을 10배, 100배를 주든 저희 로펌에서는 이 사건 맡지 않습니다. 다시는 우리쪽으로 연락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! 뻔뻔한 거 봐 누가 혐성국 아니랄까봐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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덜컥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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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화가 매몰차게 끊어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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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불쌍해? 누가? 노네임이? 왜?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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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선이 뉴스화면으로 옮겨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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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젯자 날짜로 따끈따끈하게 올라온 뉴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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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날, 오필리아 법무팀의 세상은 무너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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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 * *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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분명 나메가 틀어준 영상의 도입부 자체는 평범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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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어우 귀여워라ㅎ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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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날씨 진짜 더워보인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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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나도 크레페 좋아하는뎅!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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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우와 나랑 노네임이랑 공통점 하나 발견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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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감사 인사까지 인성도 갓-벽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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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노네임... 지능, 게임 실력, 인성 모든 걸 다 가진 여자... 하지만 강릉함씨 32대손인 나 함필규는 가지지 못했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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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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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함필규가 대체 누군데ㅋㅋ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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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14살인데 노빠꾸로 박아버리네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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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노나메 우리 아들이랑 약혼시키고 싶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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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아들 몇 살인데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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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14개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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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14살도 아니고 14개월은 양심 돌았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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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영상이 진행될수록 그들의 경악에 가까운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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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세계 각지에 더 이상 안타까운 피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멀리서나마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겠습니다.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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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불확실함과 어려움이 있어도 묵묵히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.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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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지나간 시간보다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더 행복했으면 좋겠네요. 저도, 여러분들도.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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직접 들어보지 않았으면 열네 살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심금을 울리는 말들이 연이어 펼쳐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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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동안 나메의 천재성이 잘 와닿지 않았던 이들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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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이는 무언가 다르다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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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어린이의 목소리가 거슬리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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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속에 담긴 진중하고도 사려 깊은 메시지에 주목하면, 목소리가 어떠하든지 간에 부수적인 것으로 느껴질 뿐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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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드디어 집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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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얼굴 공개하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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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제발미소녀제발미소녀제발미소녀제발미소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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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제발 초절정미소녀!!!!! 내 모든 인생의 모든 운을 여기에 바쳐서라도!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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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D컵!D컵!D컵!D컵!D컵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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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농나메 기원! 농나메 기원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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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몇몇 대중들이 이상함, 내지는 위화감을 느꼈던 것은 나메의 방을 보았을 때부터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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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어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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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??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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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우와 노네임 방이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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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어디서 많이 봤는데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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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이거 브이튜브! 그 수학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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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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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난제 증명했을 때 나온 배경 아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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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잠만 이게 왜 저기서 나와...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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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그건 가상현실이잖아? 여긴 진짜 현실 아니었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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브이로그 초반에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 트럭, 그리고 버스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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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울 도시 한복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록색 표지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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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떨어지는 푸르른 잎사귀까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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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무리 가상현실이 정교하다 한들 현실세상에 비견될 바가 아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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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상에서 쭉 이어져 온 풍경은 어느새 노네임의 방으로 옮겨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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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고선 무심한 듯 검은 머리를 휘날리는 검은 머리 소녀의 등장에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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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타디움에 있는 관중들은 모두 조용히 얼어붙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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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째서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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분명 가상현실에 있어야 할 아바타가 어째서 현실에도 존재하는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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홀로그램도 아니고 합성도 아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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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의 손짓 하나하나가 너무 사실적이라서 다른 변명이 끼어들 여지조차 존재하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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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중들의 뇌내 시냅스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났다. 사방에서 크락션이 울리는 듯한 환청이 들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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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그걸 한번에 뚫어버린 건 뒤이은 나메의 한마디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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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안녕하세요. 저는 세피론 아카데미 초등부 2학년 노나메라고 합니다. 처음 뵙겠습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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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상 속의 나메가 반갑게 인사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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잠깐의 침묵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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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중들의 반응을 예견하기라도 한 걸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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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의 발언이 하나의 폭탄이었다면 시청자들의 채팅창은 폭탄이 터지고 난 뒤의 파편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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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이게무슨일이야?이게무슨일이야?이게무슨일이야?이게무슨일이야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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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당신 대체 누구야!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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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뭐냐...? 왜 똑같은 사람이 현실에도...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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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ㅅㅂ 꿈인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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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8살? 아니 왜 8살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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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지금 이거 라이브 맞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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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정캐도 지금 당황한 거 보면 이거 몰카는 아닌 것 같은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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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장난치지 마 당연히 합성이... 어라...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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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???????????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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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세피론 아카데미면 그 강남구에 있는 건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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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14살이 아니라... 8살이라고...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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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D컵 노나메 ㅇㄷ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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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동생이 있었구나 그런거지? 맞는 거지? 제발 맞아야 할 텐데...? 어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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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아ㅋㅋㅋㅋ 노네임님 장난이 지나쳐요ㅋㅋ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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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정의 변화는 즉각적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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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정하기에 급급했던 시청자들이 하나둘씩 혼란에 휩싸였다. 그 가운데서 나메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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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잠만... 실화야...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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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뭐지 심상치 않은데? 뭐지 심상치 않은데? 뭐지 심상치 않은데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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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거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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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제발 몰카라고 해줘 이건 말이 안 되잖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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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저게 진짜 노네임이라고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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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너무 작은데? 초등부면 초등학생 말하는 거 맞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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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우리 막내 동생보다도 어리잖아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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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우리 아들보다도 어린데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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└ ㄷㄷㄷㄷㄷㄷ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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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영상 아직도 안 끝났어? 빨리 노네임한테 물어보라고 그래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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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캐스터 저기서 멀뚱히 서서 뭐하는 거야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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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의 목소리가 다시 스타디움을 꽉 채우며 논란을 일축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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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하하...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릴까요. 지금도 하루가 삼년 같이 느껴지는데 말이죠. 어쨌든 간에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말씀드리고자 하는데, 막 그렇게 거창하고 긴 이야기는 아니니까 잠깐만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, 간곡히 부탁드립니다.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내일 결승전에서 이긴 저의 작은 소원을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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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전히 메인 전광판에서 나메가 보내준 영상이 송출되는 동안, 그 옆의 사이드 화면에는 지금 스타디움 중앙에 다소곳이 서 있는 아이의 얼굴이 고스란히 비추어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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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 손으로 꼭 쥔 마이크는 허리춤 아래에 내려가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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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짓고 있는 표정은 기쁨도, 슬픔도, 그렇다고 무표정도 아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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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썹이 팔자로 휘고, 두 입술을 꼭 다문 모습에는, 쓸쓸함과 처량함이 묻어나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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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의 어머니 노설아씨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, 테러단체 발푸르기스에 납치되었고 저를 낳으셨어요.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두 모녀는 발푸르기스 소탕 작전에 휘말리게 되었죠. 조금 황당하실 거예요. 갑자기 제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, 그쵸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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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메가 하는 말에 대답은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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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답뿐만 아니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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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쉽게 말해서... 저는 발푸르기스 사태의 생존자임을 밝히기 위해 이 영상을 찍게 되었습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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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그마한 숨소리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 넓은 스타디움에서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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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중들은 숨을 죽이고 침묵을 고수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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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의 어머니는 지금으로부터 6년 전에 명을 달리하셨고,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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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0cm 간격을 두고 서로 다른 캡슐에 갇혀서 시체와의 기묘한 동거를 했던 과거를 꺼내기에는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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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저는 태어나서부터 7년동안 쭉 캡슐에 갇혀있었습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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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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깍지를 낀 나메의 손이 조금씩 떨릴만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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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가 회상을 위하여 눈을 감았을 때, 아마도 악몽 같았던 풍경이 시야를 채웠을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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